혁신을 위한 공간 설계의 중요성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소셜미디어그룹 페이스북이 신사옥을 축구장 7개 크기의 원룸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2800여명의 전 직원이 1개의 공간에서 일하는 거죠. 옥상 공원에는 800m에 이르는 산책로가 있습니다.
구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본사를 재건축하는데 직원들이 서로 2분 30초만에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합니다. 구글 본사 안에는 병원, 아이스링크장, 비치발리볼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직원들의 동선을 분석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는지까지 고려해서 설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테슬라는 경영진과 사원 구분없이 평면의 넓은 공간에서 근무합니다.
Future Center의 벤치마킹에서 봤던 테슬라의 사무실은 시장(?)의 느낌입니다. 사무실인데 결코 조용하지 않죠. 굉장히 넓은 공간에 많은 직원들이 근무하다보니 첫 인상은 시끄럽다가 적절한 표현입니다.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CEO인 앨론 머스크도 공장에 있는 완성품 테스트라인에서 근무한다고 합니다. 언제나 직원들이 CEO를 만날 수 있다고 하네요.

왜 글로벌 기업들은 수조원의 금액을 투입해서 직원들을 연결시키려고 할까요?
인류가 글을 쓰기 시작한 후부터 2003년까지 만들어졌던 데이터의 총량은 5엑사바이트인데 지난 2015년까지 인터넷에 올라가 있는 데이터의 양은 950엑사바이트라고 합니다.
데이터 축적의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고, 시대의 변화는 한 개인이나 조직이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갑니다.
각자 전문 지식을 가진 직원들은 자신의 언어와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합니다. 이를 세계관이라고 합니다. 서로의 세계관은 직접 만나지 않으면 교류하기가 어렵습니다. 문제는 협업을 할 때 세계관이 부딪혀 충돌과 갈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갈등이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닙니다. 생산적인 갈등이라면 갈등을 해결할 때 혁신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전혀 협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분야 혹은 부서와 협업했을 때 ‘파괴적 혁신’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한국인사조직학회는 <지속가능한 혁신공동체를 향한 실천전략>에서 좋은 예시와 주장을 합니다.
“1989년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엑슨 발데스 호의 좌초로 발생한 해양 오염을 해결하는 데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했습니다. 빙하 사이에서 바지선으로 기름을 퍼 올려야 했는데 혹한의 추위로 기름과 바닷물이 얼어붙어 기름을 제거하기 힘든 상황이 된 것입니다. 국제 기름유출연구소는 20년 동안이나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였으나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노센티브라는 온라인 포럼에 해당 문제를 올렸고, 3개월만에 해결책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해결책을 제시한 사람은 오일 산업 경험이 전혀 없고 시멘트 산업에서 근무하는 과학자였습니다. 시멘트가 굳지 않게 기계를 돌리는 것처럼 진동 기계로 얼어붙은 기름에 자극을 주어 물과 기름을 분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라스 본 제퍼슨과 카림 라카니는 이노센티브에서 해결된 166개 R&D과제를 대상으로 어느 전문 분야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또 어느 전문 분야에서 그 문제의 최종 해결방안을 제시했는지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문제와 유사한 분야가 아닌 전혀 동떨어진 분야에서 제시된 해결 방안일수록 채택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합니다.”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부서이지만 직원들을 서로 연결시킬 때 새로운 아이디어와 조직의 문제 해결 방안이 나온다는 것을 글로벌 기업들은 알고 있는 것이죠.
전 세계 핵심 인재들이 모여 자신들의 전문성을 살린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협업을 통해 창조적인 혁신을 이루어 가는 것. 한 팀에서 3년간 풀지 못했던 일을 다른 부서의 도움으로 3일만에 풀 수 있게 하려는 것 말이지요.

이와 같은 개념을 도입해서 Future Center에서는 국내 조직들을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겠지만 어쨌든 연결시켜서 나오는 결과가 탁월하다면 국내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인재들이 상호 연결되고 고객들의 피드백을 수시로 받을 수 있는 공간. 그런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사회혁신 분야에서 요새 뜨는 방법론(?), 개념이 있더군요.
바로 리빙랩이라는 공간에 대한 개념인데요. 특정 공간 혹은 지역에 최종 사용자들이 참여해 문제를 해결하는 개방형 혁신모델입니다.
개별 조직 단위에서는 고객이 제품의 설계부터 출시까지 혁신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결과물을 도출해주니 기업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는 모델이 아닐까요? 물론, 뜬구름 잡는 아이디어도 나올 수 있습니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되지 않고 말도 안되는 소리들이라고 생각할만한 의견들 말이죠.

성지은, 송위진, 박인용의 사용자 주도형 혁신모델로서 리빙랩 사례 분석과 적용가능성 탐색이라는 자료에서는 리빙랩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사용자 경험 활용, 사회기〮술기획 등으로 표현되는 ‘수요 구체화’활동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져야 새로운 궤적을 형성하는 탈추격 혁신을 수행할 수 있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위 글에서 말하는 탈추격 혁신이란 국내 대기업들의 기존 방식인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을 빠른 속도로 모방했던 것을 벗어나 First Mover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이나 기술들을 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외에도 리빙랩은 수요지향적 혁신, 생태계형성 지원, 사회기〮술시스템 전환, 사회문제 해결형 혁신 등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들어서는 어떻게 해야되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조금 더 리뱅랩에 대해서 살펴볼까요?
“전통적인 혁신 모델은 연구실에서의 과학 활동을 통해 새로운 지식이 창출되면 지식의 응용과 상업화를 통해 기술혁신이 이루어진다는 관점을 취해 왔다. 즉 혁신과정을 기초연구 ➝ 응용 및 개발연구 ➝ 혁신 및 확산을 통해 상업화로 이어지는 선형적 과정(linear)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혁신의 주요 원천은 연구 또는 과학 활동이 된다(성지은・송위진, 2007)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공급자인 기업들에게 자신들의 니즈를 알려주거나, 개발된 제품을 자신들의 조건에 적응시키는 정도의 수동적인 수용자로서 파악되었다. 혁신의 성공 여부는 결국 시장에서 결정 된다고 논의되지만 시장에서 제품을 최종 구매하는 사용자가 기술혁신의 의사결정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크지 않았다(송위진・성지은, 2013). 그러나 R&D 중심의 선형적・기술 공급자적 모델에 대한 반성이 이루어지면서 최근 사용자 주도형 혁신 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von Hippel, 2001; Franke and Shah, 2003). 사용자들이 기술혁신의 주요 주체로 참여하는 새로운 혁신 패턴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공개 소프트웨어, 동호회 공동체가 혁신의 주체가 되는 카약, 패러글라이딩 등의 스포츠 관련 기술개발, 게임사용자들의 참여를 통한 게임 개선 등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용자 주도형 혁신의 사례들이다(von Hippel, 2001; Franke and Shah, 2003; 위정현, 2009)”

사용자 주도형 혁신에 대해서 조금 이해가 되셨나요? 결국에는 혁신을 위해서 내부 이해관계자들이 상호 만날 수 있는 공간 외에도 고객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다양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 물론, 공간만 잘 갖춰놓고 “왜 우리 조직은 변하지 않지?”라고 생각하시면 안되겠죠? 당연히 인적 자원, 컨센서스, 사내기업가, 사회혁신가 등 다양한 요소가 필요한데 그 중 공간에 의미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본 것입니다.
오늘은 우선 이만하고요.

다음 포스팅 때 혁신에 관한 다양한 필요조건들을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