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서 ‘공감’이 중요한 이유 1편

 

개인과 조직이 혁신을 하고 싶어할 때, 지향점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가? 도대체 혁신이 무엇이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1993년 IBM을 구했던 루 거스너(Lou Gerstner) 회장의 사례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는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명성을 쌓았고, 카드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식품업체인 RJR나비스코를 성공적으로 경영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사들은 그가 기술 분야에서의 전문성 부재를 이유로 IBM를 회생시키지 못할 것이라 장담했습니다.

루 거스너는 내부 직원과 외부 전문가들의 비판에도 IBM의 통합 솔루션을 고집했고 마케팅 전략까지 모두 통합 솔루션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했습니다. 그렇게 IBM은 성공적으로 회생했습니다.

이야기의 결말이 여기까지라면 루 거스너가 혜안을 가진 CEO라는 사실을 말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루 거스너의 혜안을 살펴본 교수가 있었습니다. 데브 팻나이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의 저서<와이어드>에서는 “루 거스너의 결정적 성공 요인이 그의 이전 경력 때문에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가 CEO로 근무했던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전 세계에서 이뤄지는 결제 기록을 한 번에 처리하는 통합솔루션이 필요했는데 이런 솔루션은 IBM만이 가진 장점이었습니다. 이에 루 거스너는 고객들이 통합 솔루션에 대한 가치 때문에 IBM을 이용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통합솔루션 전략을 밀어붙였던 것입니다. 당시 인텔(반도체)이나 마이크로소프트(소프트웨어) 솔루션처럼 한 분야만 전문적인 IT 기업들의 흐름을 따라갔다면 지금의 IBM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IBM의 횡포도 목격했습니다. 한 사업부장은 IBM의 컴퓨터를 이용하다가 다른 컴퓨터에서도 작동되는지 확인을 위해 다른 회사 제품을 이용했던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게 프로그램 납품까지 취소했던 것입니다. 통합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회사의 자신감이었던 것일까요? 사업 수주 과정에서는 최선을 다했던 IBM이 수주 후 서비스 만족도는 현저하게 떨어지는 결과도 루 거스너에게는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확신을 주었을 것입니다.

루 거스너가 이전 CEO들과 달랐던 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조직 미래의 답을 ‘고객’에게서 찾았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IBM의 고객사 대표였기 때문에 어떤 점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지 알았고, 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어떤 점 때문에 고객사들이 IBM을 떠나는지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데브 펫나이크 교수는 루 거스너의 성공 사례를 토대로 우리에게 ‘고객 관점’의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대부분의 한국 조직이 고객 중심을 외칩니다. 그러나 적용이 쉽지 않습니다. 고객의 마음을 읽는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고객의 마음에 공감하고 싶지만 판매자의 관점이 고착화된 뇌 회로는 쉽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Future Center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에스노그라피 전문가들 외에도 사내 기업가(또는 혁신가)들이 어떻게 하면 고객의 마음에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회혁신가들이 일상적으로 ‘공감 능력’을 가지고 사회적 약자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을까?” 를 말입니다.

캐나다에는 ‘공감의 뿌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시민단체가 있습니다. 캐나다의 유치원 교사였던 메리고든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6개월 이상의 아기를 교실로 매주 초대해 아기의 성장과정을 유치원 아이들이 관찰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2002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토론토와 밴쿠버 28개 학습, 585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공감의 뿌리’ 프로그램 전후로 분석한 결과 공격 행동이 60%이상 감소했다고 하는데요. 메리 고든이 말하는 ‘공감’은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인지할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소통하는 능력입니다.

사내 기업의 문제를 해결할 때에도 ‘고객 관점’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고객 관찰’을 해보지만 고객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내 기업가들은 많지 않습니다. 또한 사회혁신가들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읽을 수 있어야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메리 고든의 프로그램은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방식의 ‘공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공감’능력을 향상시켰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결과가 확실하게 보장되어 왔습니다. 덧붙여, ‘공감’ 능력이 높은 아이들이 수학과 같은 문제해결 학습 역량도 높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세계적인 정치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2006년 10월, 벤쿠버에서 열린 공개 대담에서 ‘공감의 뿌리’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또한 ‘공감의 뿌리’가 사회적 능력과 감성 능력을 기르는 동시에 공격성을 줄여준다는 데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덧붙여, 어린 아이일 때 ‘공감 능력’ 등을 향상시켜 주지 않으면 어른일 때에는 바로잡기가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어른이 된 다음에는 방법이 없다는 말일까요?

혁신에서 ‘공감’이 중요한 이유 1편은 여기까지입니다.

2편에서는 공감과 혁신과의 관계를 더욱 자세히 살펴보고 공감과 협업, 협업과 혁신과의 관계 설명을 통해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한 공감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